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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누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가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의 강연 영상을 보다가 자존감에 대한 신선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할 때 보통 좋게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좋게 평가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과대평가한다고 한다. 응?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낮게 평가하는 거 아니었나? 정반대로 과대평가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수록 괴로움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만든 환상 속의 나는 대단한 사람인데, 현실의 나는 초라하고 별 볼 일 없고 인정도 못 받으니 현실의 내 모습을 점점 미워하게 되고 못마땅하여 보기 싫어진단다. 너무 보기 싫어지면 스스로 목.. 더보기
누가 돈을 만드는가 E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자본주의〉를 통해 자본주의에서 흔히 돈은 조폐공사가 만드는 줄 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으로, 대부분의 돈은 은행이 만든단다. 예를 들어 내가 100원을 은행에 저금한다고 치자. 그럼 내 통장엔 100원이 찍힌다. 언제고 필요하면 찾을 수 있다. 자, 이제 은행은 그 100원에서 10퍼센트인 10원을 때 금고에 넣어두고 나머지 90원을 A에게 대출해준다. A의 통장엔 90원이 찍힌다. A도 언제고 필요하면 90원을 찾을 수 있다. 혹시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가? 실제로 은행에 예금된 돈은 100원인데, 내 통장의 100원과 A의 통장의 90원을 합치면 190원이 된다. 은행이 90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지급준비금’ 제도 때문이다. 은행은 지급 준비금.. 더보기
자본주의 주입 공장, 학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공부 빼고는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을까? 자신의 꿈이 뭔지 찾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들. 오로지 공부라는 한 가지 길만 제시하는 어른들. 공부는 좋은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오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을 한다는 데 있다. 좋은 대학을 왜 가야 하냐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고 하니까. 물론 요즘엔 좋은 대학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성적 외의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 공부만 하다가 인생 끝날 판이다. 초중고 12년과 대학 4년, 플러스알파까지. 20년간의 공부와 스펙은 오로지 입사를 위한 것이다. 회사 밖에선 별로 쓸모가 없다. 우리는 철저하게 ‘회사 인간’으로 교.. 더보기
초조함의 원인, 비교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건데, 그런 것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아마도 그 마음의 바탕에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정서가 깔린 것 같다.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젊을 때 했던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는 나라서 나이 먹은 걸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나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나 보다. 더보기
고독한 실패가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실패할 확률이 낮다. 뭐랄까, 중간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요즘은 남들의 추천으로 택한 것들 로 인해 내가 남들과 취향이 아주 다르고, 사람들 취향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검색을 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단 실패하지 않을 검증된 ‘중간 이상’을 택한다. 그렇게 점점 내 생각이나 감각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퇴화하여 어느새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져 더는 "나’의 취향이나 감을 믿지 못하고 선택권을 ‘남’에게 넘겨버린 .. 더보기
고민하다 끝난 인생 청춘의 열병을 앓던 시절, 나는 내 선택에 따라 앞날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 선택에 신중했고, 겁이 났다.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일까?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 잘 못 선택하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잖아. 최선의 선택,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해.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다. 내가 아무리 이쪽으로 가려고 해도 큰 흐름이 나를 저쪽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더 많다. 고민은 필요한 것이지만 분명한 답도 없고, 답을 얻었다 한들 그 방향대로 일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만약 잘 돌아가더라도 꼭 좋은 선택이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한 선택이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하.. 더보기
노력하면 되는가? 노력은 고마운 것이었고 확실히 효과도 있었다. 노력으로 자신의 타고난 환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신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그래, 내 환경이 아니라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거야’라며 모든 부족함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착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흙수저였다. 이제 노력하라는 말로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인데, 우리의 선배들은 더욱더 노력하라고만 하니 답답하다. ‘노오력’이라는 단어도 무작정 노력만 하라는 꼰대들의 잔소리를 비꼬는 의도로 생겨났다. 세상은 변했는데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읽지 못하고 과거의 가르침만을 준다. 어쩌면 그들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노력이 잘 안 통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노력 말고는 딱히 할 게.. 더보기
포기의 기술 열정은 애정을 기반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 당연히 열정도 없다. 열정 콘텐츠로 반짝 의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강요로 만들어진 열정은 대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 ... 이건 내 삶인데, 내 기분인데, 왜 타인의 평가에 따라 괜찮았다가 불행했다가 하는 걸까...?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 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니, 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