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에 기득권층과 보수 언론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급성장한 자칭 ‘시장주의자’들(이들은 시장 만능주의자 혹은 시장 근본주의자라 불러야 마땅하다)이 있다. 그들은 투기의 해악을 부정하고, 불로소득의 환수에 반대하고,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정당하고, 정부가 현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는 것이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생각이다. 한편 그들의 반대편에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집값이나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정부가 잘못 대처했기 때문이고 그럴 때는 무조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집값과 전세금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사람들이 있다.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좌파 인사들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개입 만능주의자’ 혹은 ‘가격규제 만능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겠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현실의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들은 시장원리(즉, 수요-공급의 법칙) 자체를 불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집값과 전세금을 끌어올릴 수 있고,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집값과 전세금을 직접 끌어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메이슨 개프니 Mason Gaffney에 의하면, 헨리 조지의 엄청난 영향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지주 세력이 당시 엘리트로 꼽히던 경제학자들을 고용해서 헨리 조지 경제학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전개했다. J. B. 클라크, E. R. A. 셀리그먼 Seligman, R. T. 일리, 프랜시스 워커 Francis A. Walker, 프랭크 나이트 Frank Knight 등이 그때 동원되었던 경제학자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바로 미국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사용한 방법은 자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여 토지와 자본의 차이를 흐릿하게 만들고 양자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었다.
시장 만능주의자들과는 달리, 가격규제 만능주의자들의 경우 이론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의 눈에는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는 나쁜 사람들만 보인다. 그리고 그런 나쁜 사람들을 그냥 방치하는 나쁜 정부만 보인다. 그래서인지 가격규제 만능주의자들은 가격을 부당하게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나쁜 짓을 적발하고 폭로하는 일에 전력全力을 기울인다. 정부더러는 가격 상한을 설정해서 이런 나쁜 짓을 막으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값싼 주택을 공급하여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학원론 교과서만 읽어보더라도, 가격이란 나쁜 사람의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고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