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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능력주의와 공정

박근혜 게이트는 그야말로 상층 계급 권력자가 능력이 낮은 자식 세대에게 편법을 통해 능력(학력, 대회 실적 등)을 세습하려고 하다가 정권이 무너진 사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중의 저항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공정한 기회 확대’, 즉 더 완전하고 철저한 능력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정유라의 비유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보여 준다. 능력주의 안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 시정 조치나 우대 조치 역시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차별에 맞서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일종의 반칙처럼 여겨지고, 소수자들은 무임승차자로 비난을 받게 된다. 노동운동이나, 페미니즘운동 등 소수자 운동에 대한 반감도 상당 부분은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내부에서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체제를 정당화한다. 능력주의가 평등을 대체하면서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는 운동도 능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능력주의는 분명히 차별이지만 차별로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평등’, 더 정확히 말하면 공정으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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