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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가의 투기적 상승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

지대가 아니라 지가가 투기적으로 상승할 때 경기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부동산 투기가 경제 내에 각종 비효율 요인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은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는, 노동자들의 근로의욕과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의 창업이 어려워진다. 주거비용이 올라가서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자금 수요의 폭증으로 인해 금리가 올라가서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기도 한다.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자금이 생산 방면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서 거기서 머물고, 자원이 부동산 개발이나 사회간접자본 건설 쪽으로 과잉 배분되는 등 자금과 자원의 배분이 왜곡되기도 한다.

 

지가가 투기적으로 상승할 때 토지와 관련이 깊은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과열이 발생한다. 건설 부문과 금융부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업자들은 급격히 팽창하는 부동산 수요와, 높은 수익률(건축이윤에 지가 상승분이 더해지기 때문이다)에 고무되어 과도하게 부동산 개발을 추진한다. 지가 상승이 없었다면 개발가치가 없었을 지역까지 마구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가가 투기적으로 상승할 때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증가시킨다. 그것이 부동산 가격과 대출의 상호 촉진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금융기관들은 프로잭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건설업자들의 과도한 부동산 개발을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지가 상승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대출결정이 이루어지고 대출은 과도하게 팽창한다(그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I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형태의 과열은 관련 부문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거시경제 전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이는 환자에게 모르핀을 주사할 때 환자가 잠깐 힘을 내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바로 무력해지는 것처럼, 반짝경기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더욱이 경제의 비효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경기활성화이기 때문에, 반짝경기가 사라지고 나면 그 경제는 반짝경기가 없었을 때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가가 투기적으로 상승하는 동안에는 이런 과열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지가가 무한정 상승할 수는 없다. ‘승자의 저주가 작용하여 지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마침내 지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건설업자들과 금융기관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난다. 지가 상승기에 시작된 부동산 개발 사업들의 수익성 전망이 갑자기 악화되고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 된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가 과열되었던 부문의 기업들이 속속 도산하고 그 기업들에 자금을 과다하게 대출했던 금융기관들도 위기에 빠진다. 지가 상승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대출들이 갑자기 부실대출로 전락한다. 건설 부문과 금융 부문의 위기는 관련 부문으로 파급되고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져든다. 이때 발생하는 불황은 보통 불황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지가 상승기부터 누적되어온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