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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문제점 및 오류

첫째,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기가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방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일반 재화 시장에서처럼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작동해서 조만간 균형이 실현되고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일반 재화 시장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투기가 일어나서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토지의 공급은 증가시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고 건물의 공급은 단기간에 증가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 재화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드는데 반해,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가격이 상승할 때 더욱 팽창한다.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라는 표현보다는 거품의 형성과 붕괴라는 표현이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더 잘 설명한다는 사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발휘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개입해서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때 정책의 초점은 조세정책이나 미시적 금융정책을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 두어져야 한다. 가격이 상승할 때 감소하기는커녕 거꾸로 증가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 투기수요를 제거하고 나면, 시장은 정상화되고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도 비로소 작동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공급환원론또는 공급 만능론을 피력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과잉 유동성이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음에도,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공급 부족만을 뇌까렸다.

하지만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법인데,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왜 수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공급만 문제시하는지 정말 이상하다. 더 이상한 일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는 요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공급 확대를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몇 년 후에 주택 부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오로지 공급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요즘처럼 거꾸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해야 수미 일관할 것이다.

 

셋째,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조세, 특히 보유세를 활용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극도로 혐오한다.

보유세는 양극화의 주범인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 보유세가 제대로 부과되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면서 저사용 상태로 방치하는 경향이 사라질 것이므로 부동산 이용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또 부동산 가격변동의 진폭이 축소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도 줄어든다. 특히 종부세는 세수의 상당 부분이 교부세로 지방에 배분되기 때문에 균형 발전과 취약 지역의 복지 재정 수요에 도움을 준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투기를 정당화함으로써 투기꾼을 옹호하고, 공급 확대론을 주장함으로써 건설업자들을 옹호하며, 보유세 무용론을 피력함으로써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옹호한다. 이들은 모두 지대 추구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지대 추구자들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 시장경제의 옹호자를 자처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