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 끝난 인생
청춘의 열병을 앓던 시절, 나는 내 선택에 따라 앞날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 선택에 신중했고, 겁이 났다.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일까?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 잘 못 선택하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잖아. 최선의 선택,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해.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다. 내가 아무리 이쪽으로 가려고 해도 큰 흐름이 나를 저쪽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더 많다.
고민은 필요한 것이지만 분명한 답도 없고, 답을 얻었다 한들 그 방향대로 일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만약 잘 돌아가더라도 꼭 좋은 선택이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한 선택이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는 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않지 않을까?
진작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생에 정답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그렇다. 재미있자고 던진 문제에 우리가 너무 죽자고 덤빈 건 아닐까? 답을 잦는 데만 집중하느라 문제를 푸는 재미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수수께끼는 꼭 맞춰야 하는 게 아니다. 틀려도 재미있는 게 수수께끼 아니던가.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어차피 정답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 수수께끼를 심각하게 풀어왔다. “어이 이봐, 인생은 장난이 아니라고. 진지하게 살아야지.” 같은 느낌이었달까? 냉혹한 현실만이 펼쳐져 있고, 나는 그것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즐거워야 할 내 젊은 날들이 마냥 심각하게 지나가버렸다. 아이고, 아까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