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토지공공임대제 적용 사례

김경훈 2021. 9. 1. 14:56

201110월부터 서울 강남과 서초의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 실제로 공급되기에 이른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공공임대제의 원리를 주택분양에 적용한 것이다. 이 방식을 논할 때 흔히 제기되는 반론은 막대한 토지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토지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만 걷는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임대료 수입이 토지비용의 이자를 금방 초과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임대가치가 상승하여 양자 간의 격차가 커지기에 금융기관이나 각종 민간 펀드, 그리고 국민연금 등에서 안심하고 자금을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의 배터리 파크는 토지공공임대제 방식으로 도시개발에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인데, 초기 비용을 장기채권 방식으로 조달했다. 그 후 임대료 수입만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출처: 경남도민신문

토지 공공임대제에는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걷는 시장친화적인 방식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임대료를 시장가치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식도 있다. 전자는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안정적인 공공수입을 확보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주로 값싼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고 할 때나 특정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 토지의 시장 임대가치와 공공 임대료 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임차인이 토지 불로소득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토지 사용권에 프리미엄이 붙고 이를 노린 투기가 발생하기 쉽다.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에는 환매 방식을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바로 사용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뉴욕 시의 배터리 파크와 핀란드의 헬싱키는 전자의 대표적 사례이고, 싱가포르는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전자와 투자는 정책 목표상 상충 관계에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자를 추구하면 주택 분양가나 산업 용지 임대료를 낮출 수 없고, 후자를 추구하면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홍준표 의원은 법안을 마련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 원칙적으로 전자는 고급 주택과 사무용 빌딩에 대한 실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도입해야 하고, 후자는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은 지역이나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산업을 육성해야 할 지역에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