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지금까지의 정부 가운데 근본정책을 중시한 정부는 노무현 정부밖에 없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전면에 내걸고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부담금제, 토지초과이득세제를 추진했지만, 토지 보유세를 높이는 정공법은 사실상 회피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보유세 정상화 정책과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 두 가지 정책은 모두 부동산 시장의 신호등에 해당하는 근본정책들이다.
시장 투명성 제고 정책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효세율 0.2퍼센트 대로 표현되는 보유세 부담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1퍼센트 이상이다), 보유세에 비해 거래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하는 부동산 조세구조의 기형성도 약간 완화되었을 뿐이다(그 외에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서 토지세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도 못했다).
원칙적으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부동산 구입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저소득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주거복지 정책이 되어야 함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등한히 한 채 부동산을 갖고 있거나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에 치중해왔다.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수용해서 조성하는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각해서 민간주택 건설용지로 활용토록 했고, 정부가 직접 주택 건설까지 담당하는 경우에도 임대보다는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4.8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우 이비율이 20퍼센트를 초과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경우 이 비율이 무려 35퍼센트에 달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가 저소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얼마나 등한히 해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주거복지의 만병통약은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개선,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 임대료 보조, 적절한 임대차 규제 등의 조치가 함께 취해져야 제대로 된 주거복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확대는 주거복지의 기초다.
노무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정부가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 외에,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해서 낮은 임대료로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과 기존 주택을 전세로 임차한 후 낮은 임대료로 다시 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