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토지사유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김경훈 2021. 8. 26. 11:40

토지사유제 하에서 지대가 사적으로 전유되고 토지 그 자체가 매매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토지(토지소유, 토지가치, 토지시장)는 여러 경로로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첫째, 토지소유와 토지가치는 소득과 자산의 분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 나라의 총생산물은 생산에 노동과 자본과 토지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각각 임금, 이자, 지대로 분배된다. 총생산물이 증가할 때 지대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면, 나머지 소득의 합계치는 총생산물보다는 느린 속도로 증가하거나 심한 경우 감소하기 마련이다. 지대의 변화 양상이 임금과 이자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지대의 변화뿐 아니라 지가의 변화도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친다. 지가 변화가 토지 매매 차익, 즉 자본이득을 낳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이득은 임금 • 이자 • 지대처럼 생산에 기여한 대가로 분배받는 소득과는 성질이 다르다. 연간 생산물로부터 분배되는 소득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갈 때 임금과 이자를 압박하는 것과는 달리, 토지 자본이득은 다른 소득을 직접 압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토지 자본이득이 발생할 경우 그만큼 토지 소유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것을 포함하여 계산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는 높아진다.

 


둘째, 토지와 부동산 가격의 변화는 소비, 투자, 금리, 임금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우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소비에 정(+)의 효과를 미치기도 하고, 부(-)의 효과를 미치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이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득이 늘지 않았는데도 자신들이 부유해졌다는 생각에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한편 새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금으로 구입하건 대출을 받아서 구입하건, 구입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정(+)의 효과와 부(-)의 효과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할지는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부동산 가격의 변화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틀림없다.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이와 비슷하다. 지가가 상승할 때, 한편에서는 토지 소유를 통해 자본이득을 증대시키려는 생각에 생산적 투자를 기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대로 건설업체들처럼 지가 상승이 가져다주는 높은 수익률에 고무되어 과잉 투자를 하는 기업들도 생겨난다. 토지를 계속 보유하며 생산하는 일반 제조업체들은 전자의 행태를 보이기 쉽고, 건설업체처럼 건축물과 함께 토지를 팔아버리는 기업은 후자의 행태를 보이기 쉽다. 
뿐만 아니라 지가 상승과 높은 지가는 창업을 저해하고, 제조 공장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며, 외국 제조업체들의 국내 진출을 억제하는 것을 통해서도 국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동산 가격의 변화는 금리나 임금 등의 가격 변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투기 열풍으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자금 수요가 증가하여 금리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임대료 상승과 동시에 진행될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격화되어 임금을 끌어올린다. 
넷째,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통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토지를 이용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것은 토지 이용 양태와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쓸모 있는 땅들이 유휴화遊休化하거나 저이용低利用되는 대신, 보존되어야 할 땅들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