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대는 바로 이 1997년 당시에 15〜25세인 인구, 1970년대 초중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출생자를 말한다. IMF 구제 금융 시대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것은 1970년대 초중반 출생자들이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시점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줄줄이 쓰러졌고, 국가 도산이라는 초유의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당연히 채용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배들을 목격한 것이 바로 당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었다. 이는 대학생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공무원과 고시에 매달리게 만들었고, 고등학생은 취업이 잘되는 전공이나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전공을 우선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에 우후죽순 대학교가 설립되었는데, 이때 만들어진 대학들은 사실 IMF 구제 금융 시대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시대의 수혜를 봤다. 더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수라는 인식이 커졌고, 모두가 대학을 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10대 후반과 20대 초중반에 IMF 구제 금융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직업관, 인생관, 돈에 대한 관점은 다른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국가가 부도날 수 있다는 심각한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인 이들로서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넓게 봐서 1970년대 초중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자까지를 IMF 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초래된 경제적 타격과 사회적 충격은 IMF 구제 금융 시대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 10대 중후반과 20대 초중반인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에게 팬데믹 세대라는 이름을 붙여도 결코 비약적이지 않다.
IMF 세대와 팬데믹 세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은 15〜25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이자 영향력이 없었던 IMF 세대와 달리 팬데믹 세대는 힘을 가졌다. 아이들에게 힘이 있어 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뿐이다. 기성세대에게 있어 힘은 나이와 지위와 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세대는 나이도 어리고 지위와 돈도 없지만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강력하다. 지금은 방송과 신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더 강력한 시대다.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IMF 세대와 달리 팬데믹 세대는 정치 세력화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팬데믹과 언컨택트 사회가 기존의 관성을 바꾸고 미뤄 왔던 혁신을 거침없이 이루게 만들다 보니, 새로운 주도권과 질서도 필요해졌다. 바로 이 부분에서 10〜30대의 파워가 중요해진다. 그들의 세력화는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미닝 아웃(Meaning Out)을 통한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슈인 공교육의 역할, 대학의 혁신, 청년 일자리 확대, 청년 주거 안정 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나서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 들러리가 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걸핏하면 청년과 젊은 피 타령을 하지만 그들에게 청년세대는 그저 들러리이자 선거철에 잠시 이용할 이벤트용 카드일 뿐이다. 기존에 국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해 온 기성 정당, 여당, 야당은 결코 2030세대와 10대를 위해 나서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40〜70대, 기득권을 가진 이들, 그들과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을 위해 열심히 싸울 것이다. 그러려고 국회에 진출한 사람도 많을 테다. 정치권은 늘 그래 왔고 스스로 바꾸지 않는다. 결국 외부에서 바꿔야만 바뀔 수 있다. 15〜25세의 문제를 다른 누군가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와 같다. 알아서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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